선택적 정의가 만든 감정의 대립
민주주의는 다양한 목소리를 품는 체제입니다. 하지만 요즘 우리 사회에는 ‘선택적 정의’와 ‘선택적 분노’라는 이름의 감정적 대립이 짙게 깔려 있습니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의 실수는 애써 외면 하면서 반대 진영의 잘못은 두 배, 세 배로 확대해 비난합니다.
견해 차이를 이야기하는 건전한 토론 문화는 사라지고 감정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구조가 자리 잡았습니다. 정치적 논쟁은 이제 사실과 논리가 아닌 감정과 진영으로 판가름 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정당이 신앙이 된 사회
이러한 갈등의 바탕에는 정당에 대한 과도한 정체성 몰입에 있습니다. 본래 정당은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정당을 신념을 넘어서 신앙처럼 여기기 시작했습니다.
지지 정당에 대한 비판은 곧 자기 정체성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반대 정당의 말은 내용에 관계없이 무시하거나 조롱합니다. 그 결과 객관적인 비판 능력을 잃고 맹목적인 지지만 남게 되었습니다.
SNS와 정보 편식의 덫
SNS는 이 같은 진영 대립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성향에 맞는 정보만을 보여주고 이는 곧 정보의 편식을 낳습니다. 나와 다른 의견은 보이지 않고 보이더라도 조롱하거나 분노의 대상으로 삼게 됩니다.
그 속에서 중도적 입장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정치적 양극화는 더 심해집니다. 정보가 아니라 감정이 중심이 되는 구조 속에서 국민은 더 이상 ‘함께 살아가는 시민’이 아니라 ‘내 편’과 ‘남의 편’으로 갈라집니다.
정치 선진화는 시민의식에서부터
이처럼 정치의 질은 결국 시민의식에 달려 있습니다. 어떤 정당도, 어떤 인물도 완벽할 수 없습니다. 내 편의 잘못을 질책하고 남의 편의 옳음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성숙한 태도가 필요합니다.
정치는 이상적인 진영을 고르는 싸움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의견들 속에서 더 나은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바꾸어야 할 것은 정치 그 자체가 아니라 정치를 대하는 우리 자신의 태도인지도 모릅니다.